2002년 가을
우리는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나와 동생이 몇 년째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랐다.
10살짜리 애가 강아지 키우고 싶은데 이유가 있을까
그냥 그 작고 귀여운 생명체를 가지고 싶다는 이유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여튼 내 생일선물? 겸 엄마가 아빠 몰래 강아지 입양하는 걸 허락했고
고현시장 쪽에 있는 애견아트라는 분양가게에 갔다.
신나는 마음으로 가게문을 들어서니 말티 여러 마리가 한 울타리에 갇혀 우리를 보며 꼬리를 치고 있었다.
게 중에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한 마리를 품에 안았다.
강아지 한 마리와 용품 몇 개를 고르니 4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그때 당시엔 엄청 비싼 돈이었지만 나에게 돈이 무슨 문제냐ㅎㅎ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내내 이름을 뭘로 할까 가족들과 고민했다.
사랑이 똘똘이 뭐 이런 이름이 오갔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흔한 이름은 싫고 지쳐갈 때쯤 엄마가 우리 집 주변 한울목욕탕을 보곤 "그냥 한울이라고 해~! 근데 한울이라 하면 목욕탕 보고 지은 거 티 나니까 하눌이라고 하자! 하늘이보단 특별하잖아~"
그렇게 우리 하눌이가 탄생했다.
강아지를 마냥 좋아해서 데리고 온 터라 뭘 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 모른 채 그냥 사랑만 주고 키웠다.
18년 뒤 2020년
이 자식이 상 위에 있던 고기를 탐내서 먹다가 들켜서 소리를 쳤더니 놀래서 뛰어내렸는데 뒤뚱뒤뚱 걷고 만지면 아파했다. 병원을 가보니 십자인대가 파열이 됐다고 한다.
노견이라 수술은 안 하는 게 낫겠다는 말에 나도 어느 정도 동의를 했다.
하지만 후속조치를 해야 했는데 수술 안 해도 된다는 말에 그냥 내버려 뒀다.
너무 무지하고 생각 없었다. 제일 후회되는 일.
그렇게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니 잘 걷지 못하고 걷지 못하니 근육이 쭉쭉 빠졌다.
그리고 병원에 한 번씩 데려갈 때마다 스트레스가 너무 컸는지 치매가 왔다.
두 번째로 후회되는 일.
그때서야 아반강고라는 아픈 반려동물을 위한 네이버카페에 가입해서 치매견 돌보는 법을 찾아보고 그때서야 약도 먹이고 했지만 이미 많이 늦은 뒤였다.
간병에 지쳐갈 때쯤 침대에 같이 누워 놀이를 토닥토닥해 주는데도 마음에 안 드는지 계속 하울링을 하길래 안아 들어 토닥토닥해 주는데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숨이 거칠어졌다.
놀래서 남편에게 데려가니 준비를 하라고 한다.
그때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엄마가 우리 집에 왔고 그렇게 하눌이는 18년이라는 짧고도 긴 세월을 나와 함께 하다 강아지별로 돌아갔다.
이제 2년째 되는 해
아무도 기억 못 하고 나만 기억하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 하눌이는 내가 제일 사랑하니까.
다음생에서는 우리 엄마와 아들로 만나자
사랑밖에 주지 못했던 못난 주인이랑 함께 산다고 울 하눌이도 고생했어.
다음생에는 더 많은 사랑과 환경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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